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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4월에 출간된 월간<샘터>는 출간 이래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글을 실어오며 그것을 대중에게 소개하는데 많은 힘을 실어왔습니다.
2012년 9월호에 소개된 김구림(@kulimkim) 작가의 글을 소개합니다.
차라리 스승이 없는 게 낫겠다
대학 1학년, 궁금한 게 많았다. 일제 강점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나는, 그림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고 그만큼 대학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 미술대학은 퍽 형편이 없었다. 이렇다 할 교과서도 준비되지 않았고, 교수들은 ‘인상파’까지 밖에 가르칠 수 없었다. 매시간 추상화에 대해 꼬치꼬치 질문을 하던 나는, 어느 날 교수에게 혼이 났다. “너는 차라리 스승이 없는 게 낫겠다”라고 말하고 그는 강의실을 나갔다.
그게 답이었다. 나는 그날로 학교를 자퇴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걸 가르칠 수 있는 스승이 없었으니 학교에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대신 헌책방을 스승 삼아 매일 들락거렸다. 미군 부대 근처 헌책방에는 헐값에 나온 <타임> 지나 <라이프>지가 넘쳐났다. 문화 지면에 연일 쏟아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전위적인 작품은 나를 전율케 했다. 세상에 없던 예술을 해보리라.
예술은 하나의 모양이 아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을 때 그것은 모두 예술이다. 그래서 그림만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방가르드는 바로 그 생각의 끝에서 피운 꽃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실험영화 <1/24의 1초>를 제작한 것도, 연극 <앵글 365>를 연출한 일도 화가로서는 파격적인 길이었다. 무용 무대를 만들고, 군내에 판화라는 장르를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들고 싶었다. 연필과 붓이 아닌 다른 재료로 예술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플라스틱, 기계부속품, 비닐, 마네킹 등을 사용한 매체 실험과 오브제 작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혹평도 있었고 인정도 못 받았다. 돈은 늘 굶지 않을 만큼밖에 벌지 못했지만 나는 자유로웠다.
내 이름 앞에 붙는 ‘최초의’라는 수식어가 좋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나는 대학도 나오지 못한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다. 하지만 스승이 있었다면 나는 그 세상 속에 갇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혹시 멘토가 없어서 불안하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스승이 없는 날들이 진짜 스승일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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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its publication, the monthly <Samtoh>, published in April 1970, has contributed greatly to introducing the art works and writings of numerous artists to the public.
Introducing of artist KULIM KIM(@kulimkim) introduced in the September 2012 issue.
It would be better to have no teacher.
In my first year of college, I had a lot of questions. Having spent my school days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I did not have the opportunity to systematically study painting, so I had high expectations from university. However, at that time, our country’s art universities were in very poor condition. There were no textbooks prepared, and professors could only teach ‘Impressionism’. One day, I was scolded by my professor as I was asking questions about abstraction every hour. “You would be better off without a teacher,” he said and left the classroom.
That was the answer. I dropped out of college that day. There was no need for me to stay in college because there was no teacher who could teach me what I wanted to learn. Instead, I used the used bookstore as my teacher and visited it every day. Used bookstores near US military bases were overflowing with cheap copies of Time and Life magazines. The never-before-seen avant-garde works that appeared in the cultural pages day after day thrilled me. I will try art that has never existed in the world.
Art is not a single shape. Everything is art when it is imbued with the spirit of the artist who wants to express it. So I didn’t want to just paint. Avant-garde was the flower that bloomed at the end of that thought. Producing Korea’s first experimental film <1 Second of 1/24> and directing the play <Angle 365> were both unconventional paths for an artist. He created a dance stage and also introduced the genre of printmaking to Korea.
I wanted to constantly find and create new things. I wanted to show that art can be expressed with materials other than pencils and brushes. That’s how my media experiments and object work using plastic, machine parts, vinyl, and mannequins began. There were harsh reviews and no recognition. I always made just enough money to not starve, but I was free.
I like the modifier ‘the first’ in front of my name. In the eyes of the world, I am just an ordinary person who did not graduate from college. There is no teacher, there is no disciple. However, if I had a mentor, I might have been stuck in that world and not been able to try various changes. If you feel anxious because you don’t have a mentor, don’t worry. The days when there is no teacher can be a real teacher.
The above post was produced as part of a joint archiving project between UM Gallery and Samtoh Publishing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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