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표면 : Suspicious Surfaces》
신지수 · 장채린 · 최상준 | 2026.10.31 – 2026.11.19 (화-목)
전시 장소 : UM sight_B (충북 진천군 문백면 공예촌길 89)

《수상한 표면 : Suspicious Surfaces》
신지수 · 장채린 · 최상준
우리는 무언가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판단한다. 곰팡이는 부패의 흔적이고, 단단하게 굳은 사물은 움직이지 않으며, 화려하게 꾸민 모습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인 모습이 언제나 그 존재를 온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수상한 표면》은 이러한 익숙한 판단이 어긋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신지수, 장채린, 최상준은 유리라는 공통된 재료를 사용하지만, 각자가 주목하는 세계는 생명의 순환, 빛에 따른 지각의 변화, 자신을 드러내고 감추는 마음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신지수는 부패와 오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곰팡이에서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작가는 생성과 소멸이 맞닿아 있는 자연의 순환을 유기적인 형태와 질감으로 표현하며, 우리가 쉽게 외면했던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장채린은 고정된 유리의 형태 안에서 끊임없이 달라지는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빛이 닿는 방향과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색과 이미지가 변화하면서, 하나의 사물에도 여러 모습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은 완성된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자의 움직 임 속에서 새롭게 경험된다.
최상준의 〈Beardman〉은 화려한 색과 무늬로 시선을 끌지만, 그 외형은 동시에 자신을 감추고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작가는 캐릭터를 통해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과 숨기고 싶은 마음, 관계를 맺고자 하면서도 자신을 지키려는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세 작가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생명이 이어지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물이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가장 화려한 얼굴이 오히려 자신을 숨기기도 한다.
《수상한 표면》은 관람객에게 작품의 숨겨진 정답을 찾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눈앞에 놓인 것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자리를 옮기고, 처음의 인상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제안한다.
어쩌면 우리가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작품의 이면에 숨겨진 무언가가 아니라, 지금까지 너무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우리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