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 Twilight Zone
한홍수 | 2018.05.28 – 06.07
< 얼굴 · Twilight Zone >
≪파리에서 뒤셀도르프로까지 6시간[왕복 12시간]밖에 안 걸렸어요!≫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A. R. 펭크(A. R. Penck)의 수업을 청강하기 위해 한홍수 작가는 무려 2년 반 동안(1996-98), 파리에서 뒤셀도르프에 있는 쿤스트 아카데미까지 12시간의 왕복을 기꺼이 했다. 1992년 예술과 빛의 도시인 파리로, 그를 좀 더 넓고 자유로운 미술의 길로 인도해줄 스승을 찾아 도불했다. 그런데 그가 스승을 만난 곳은 프랑스가 아니라 독일이었다. 1992년 카셀 도큐멘타에 갔다가 뒤셀도르프에 지인을 만나러 갔고, 그곳에서 펭크를 만나게 되었다. 펭크는 한홍수에게 미술의 자유로운 정신과 내면 깊은 곳을 분출할 수 있는 정신을 승계했다.
이후, 한홍수는 프랑스를 거점으로 뒤셀도르프, 파리, 바르샤바, 뉴욕, 워싱턴 D.C., 등에서 개최되는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왕두(王度)와 <유네스코 70주년, 제3의 현실>(파리)에서 2인전을, 2016년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참여했다. 2017년 샹젤리제 지척에 위치한 파리 BOA 갤러리를 비롯하여 7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한홍수 작가의 이번 전시 ‘얼굴• Twilight zone’에 출품하는 작품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하나는 현대미술을 직접적으로 구성하는 <얼굴>이라는 작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얼굴들의 환경을 간접적으로 은유하는 (수평, 지평, 시선)이다. 그리고 이 두 종류의 작업의 재현 방식이나 배경은 ‘Twilight zone’(여기서는 ‘중간 지대나 상태’로 ‘경계가 불분명 지역이나 상태’를 의미, 혹은 ‘여명’)이다.
한홍수는 현대미술을 구성하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초상으로 드러내고자 시도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민낯을 보여주려는 엄청난 꿍꿍이를 지닌 전시다. 예전과 달리, 현대는 미술관과 관객들이 중요해졌고, 또한 갤러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며, 거기에 미술비평가, 기획가, 컬렉터가 현대미술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언론, 옥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다음 전시의 몫으로 남겨둔다). 다행히 변치 않고 여전히 중요한 것은 작가들 간의 교류이다. 이번 전시에도흥미로운 것은 작가들의 초상화 교류이다. 예를 들어, 한홍수 작가와 서용선 작가는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그렸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에 이어, 프랑스, 유럽, 아메리카, 등 한홍수는 이처럼 현대미술을 구성하는 자들의 초상을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현대미술 관계자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승화시키는지에 따라 작품이라는 열매의 풍미와 향이 달라진다. 그것이 바로 두 번째 파트의 추상작품이다. 작가는 파도 같은 만남의 바다, 굽이굽이 대화의 산, 등을 한 겹 한 겹 레이어를 겹치듯이 그렇게 레드 톤의 색면을 쌓아 올린다. 은 지평·수평선, 시야 등을 의미하며, 작가의 작품도 이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에서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마주치는 듯한 지평선을 느낄 수도, 물과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을, 그리고 이를 관람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야’에 따라 달리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관계성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 전시를 위해 3월 초부터 한국에 와서 거의 매일같이 낮에는 미술관계자들을 만나며 현대미술의 민낯인 얼굴을 그리고, 저녁에는 LeeC 레지던스에서 을 그린다. 이때는 모든 것을 잊고(空) 오로지 색(色)에 몰두한다. 색의 레이어(色)가 겹쳐지면 질수록, 레이어 사이로 공간(空)이 스며들어서인지, 투명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심은록 (SIM Eunlog 전시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