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housand Flowers
임현희 | 2017.09.6 ~ 09.18
검은 꽃
페인팅을 하며 무엇을 그려야 하나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남들과 달라보이고 싶었었고 그림에 욕심을 부렸었다. 그러다 내 한계를 마주하였고, 자연스레 작품이 아닌 나 자신에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마주한 한계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건다. 어쩌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만들어 내는 행위보다 내가 선택한 이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캔버스에 검은 꽃을 그린다. 검은 꽃들이 하나둘씩 캔버스를 채우면 눈을 가득 메운 검은 색에 눈이 감긴다. 빗소리 같이. 빗소리의 수많은 음정을 따라가다 보면 불면증을 겪던 내 머리는 어느새 가득차 잠이 든다. 그 검은 꽃 위로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고 또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 그 중 무엇이 더 소중한가는 중요치 않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삶일 것이고 나는 그 삶의 한 부분을 떼어 그림을 그린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죽음이 흘러가는 삶의 일부라 말하며 동시에 죽음을 외면하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자 하는 나의 모순된 마음을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